나는 왜 고작 이 하루를 살며
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마지막 보루처럼 비장하게 굴고 있는 걸까?
누가 보면 곧 외계인의 침공이라도 막아내야 하는 슈퍼맨인 줄 알겠지만, 웃기게도 나의 망토는 그저 세탁소에 맡겨야 할 낡은 코트일 뿐이다.
내게 필요한 건 거창한 운명과 미션이 아니라,
냄비나 욕조를 뽀득뽀득 닦을 줄 알고,
조미료 없이도 기막힌 음식을 만들고,
만원 지하철에서 내가 선 곳마다 자리가 비는,
그런 행운을 부릴 줄 아는 요정이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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